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에서 실시하는 꿈 프로그램에 다녀온 적이 있다. 그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는 10년 미래의 10대 풍광을 작성해서 사람들 앞에서 소리내 읽은 것이다. 양평에 있는 펜션에서 진행하는데 굳이 펜션임에도 마이크를 쓰고 어색한 사이키 조명까지 돌아가는 상황에서 자신이 이루고 싶은 꿈 10가지를 공포하는 자리이다.
사람들이 이루고 싶은 꿈은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가족과 함께 해외여행을 가고 싶다, 아버지와 화해하고 싶다, 아이를 갖고 싶다, 내 미래직업을 완성하고 싶다, 1인 기업이 되고 싶다, 책을 내고 싶다 등등...
두세 명의 꿈벗들(우린 함께 한 동기들을 그렇게 부른다)은 울먹울먹하다가 울기도 한다. 거의 대부분은 가족 이야기를 할 때 운다. 미움을 받았지만 화해하고 싶은 엄마에 대한 이야기, 갖고 싶던 아이를 갖게 되는 순간에 대한 이야기, 고생한 아내와 함께 손잡고 유럽여행을 떠나는 이야기 등..
그런데, 재미있게도 난 가족 이야기 할 때는 멀쩡하다가 '별'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가슴에서 울컥하는 것을 느꼈다. 별은 어릴 적 나의 동경 대상이었고 대학 전공으로 몇 번 시도했으나 포기해야만 했던 주제이다. 결국 대학에서 동아리 활동으로 별 관측을 시작했고 난 자주 망원경을 매고 서울 외곽에서 반짝이는 별을 관측했었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 난 꽤 오랫동안 별을 잊고 살아왔다. 아침마다 헐레벌떡 출근해서 일하고 회의하다가 저녁에는 가족들과 놀고. 회사에서 인정받고 싶은 맘에 야근도 많이 하고. 자격증 따기 위해 주말마다 학원 다니고...
그러면서 난 차츰 별과 멀어졌고 눈을 들어 하늘 한번 쳐다보지를 못했다. 지금은 신공항으로 바꾼 을왕리 해수욕장 백사장에 누워 축제이듯 떨어지는 별똥별을 바라본 적이 가끔 그리운 적은 있지만....
그런 까닭이었을까? 난 10대 풍광을 말하면서 '별에게 다시 돌아왔다'는 대목에서 멈칫했다. 순간 가슴에서 뭔가 올라오는 느낌... 아마도 그건 내 꿈을 다시 생각해내고 다시 찾고자 하는 욕망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리라..
이제 40대로 접어드는 나 자신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다.
그동안 30대에 잘해서라기보다는 불혹의 나이 마흔부터는 다른 것에 신경 빼앗기지 말고 원래 꾸던 꿈에만 집중하라는 의미로. 망원경은 나에게 그런 상징성을 가진다. 나만의 꿈을 잊지 말라는.. 망원경을 보면서 그렇게 40대를 보내고 싶었다.
아이들과 함께 주말이면 산으로 들로 망원경 둘러매고 나가 반짝이는 별을 바라보면서 함께 꿈을 이야기하고 나의 꿈, 아이들의 꿈이 영글게 만들고 싶다.
그렇게 다시 꿈을 꾸면서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