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고1 때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대학노트에 내 마음을 긁적거리기 시작한 것이 일기의 시작이었다. 그렇게 쓰기 시작한 일기가 작년 말에 36권째로 접어들었다. 햇수로는 33년간 쓴 셈이다. 사람들은 이 얘기를 들으면 정말 대단하다고 한다. 그러나 결코 대단한 게 아니다. 그냥 한 것이다. 돌아보면 내가 33년간 일기를 써온 비결은 아마도 이것인 것 같다.
"잠깐 안 하더라도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쓱~ 하기"
무엇인가를 새롭게 하기로 결심하면 며칠간은 잘 지킨다. 그러다가 3~4일 지나서 지키지 못하는 날이 온다. 그럴 때가 정말 중요하다. 이 때 '에이, 뭐 내가 그렇지, 언제 매일 잘 지켰다고...' 하면서 며칠 더 안 지키게 되면 그대로 떨어지는 것이다. 반면 '그냥 다시 하지, 뭐' 하면서 그냥 다시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그 다음날 다시 하면 그게 다시 궤도로 이어진게 된다.
33년간 일기를 쓰면서 중간에 며칠 빼먹기도 하고 심지어 6개월을 안 쓴 적도 있다. 그러다가 불이 붙으면 하루에도 몇 번씩 쓰기도 했다. 안 쓰다가도 문득 생각이 들면 일기를 집어들고 쓴다. 그게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난중일기>를 쓰신 이순신 장군도 며칠 또는 한달을 안 쓰신 적이 있다. 그런데 그 다음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한 줄 일기를 쓰셨다. (난중일기에 대한 소감은 여기에~)
나도 새해 결심이 많다. 그 중 하나는 매일 아침 스쿼트 또는 푸쉬업을 하는 것이다. 지금 마음 같아서는 올해 12월 31일까지 계속 매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실제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다양한 일이 벌어지고 마음도 옅어져서 어느 날인가는 지키지 못하는 날이 반드시 온다. 그 다음날이 중요하다. 지키지 못한 그 다음날! 그냥 쓱 다시 하면 된다. 그래야 이어진다. 어제 안 했으니 오늘도 그냥 넘어가면 습관은 물 건너간 것이다.
지키지 못한 내 의지를 탓하지 말고 그냥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쓱 하면 된다. 그게 습관을 만드는 요령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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