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중일기>를 읽고...
이 세상에서 가장 많이 팔렸지만 가장 많이 읽히지 않는 책은? 성경이라고 한다.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만 이미 안다는 생각에 읽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알면서도 읽지 않은 책은 무엇일까? 이름은들어봤는데, 읽지 않는 책. 여러 책들이 떠오르는데 그 중 <난중일기>가 상위권을 차지할 것 같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성웅 이순신이 전쟁 중에도 빼먹지 않고 쓴 일기'라고 엄청 들어봤지만 정작 책을 사거나 제대로 읽지 않은 것 같다.
나도 같은 생각이었다. '결국 일기잖아...', '전쟁했던 일들 썼겠지, 뭐...' 하는 생각으로 제대로 읽은 적이 없다. 아니 <난중일기>를 살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뭔가를 제대로 아는 것일까, 겉만 알고 속을제대로 모르면서 아는 체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난중일기>를 잡게 되었다.
책을 잡으면서 기대했던 것은 사실 '성웅 이순신'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읽으면서 보게 된 것은 '인간 이순신'의 모습이었다. 전쟁에서의 멋진 활약상보다는 어머니의 건강을 염려하고 나라를 걱정하고 간신배들을 경계하는 한 인간의 모습이었다. 그리고재미있게도 반복되는 일기를 읽으면서 몇 가지 패턴을 보게 되었고 나에게 주는 메시지로 읽게 되었다.
첫번째는 공무를 마친 뒤에 활쏘기를 했다는 일기가 엄청 많다는 것이다. 그야말로눈이 오나 비가 오나 활쏘기를 하신 것 같다. 이순신 장군에게 활쏘기는 무엇이었을까? 갖춰야 할 기본기가 아니었을까? 장수라면, 전쟁에 임하려면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할 기술. 꾸준히 연마해놓아야 할 능력. 그래서 전쟁 중이든 아니든, 아프든 안아프든, 비가 오든 안 오든 활쏘기를 하신 것 같다. 꾸준한노력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두번째는 제대로 하지 않는 자에게는 벌을 가했다는 일기도 많다는 것이다. 종종 처형했다는 글도 있는데 정말 죽였다는 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전쟁중 도망가거나 자신의 소임을 다하지않거나 게을리 한 자는 곤장에 처하거나 처형했다는 글들이 많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단호하고 엄하셨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내가 그동안 따뜻한 모습으로만 생각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리더로서의 엄함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마지막으로는 한 줄 일기도 무척 많다는 것이다. 누가 왔다, 같이 식사했다, 이야기 나누다 돌아갔다는 정도의 간단한 일기가 정말많다. 사실 나도 일기를 쓰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쓰기 시작했으니 꽤 오랫동안 일기를 쓰고 있다. 그런데, 일기를 대하는 나의 마음은 항상 뭔가 교훈을 적어야 할 것 같다는 부담감이 살짝 있었다. 내가 하루동안 겪은 것 중에서 느낀 점, 깨달은 점을 써야지 하는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난중일기>를 읽으면서 그런 마음을 조금이나마 내려놓게 되었다. 그냥 하루있었던 일을 담담히 기록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그래서, <난중일기>를 읽기 시작하면서는 일기를 쓸 때 가벼운마음으로 하루 경험을 적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띄엄띄엄 쓰지 않고 좀더 자주 일기를 쓸 수 있게 되었다.
'성웅 이순신'은 왜 '인간 이순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일기를 썼을까? 아마도 스스로에게 충실하려고 썼던 것은 아닐까?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돌아보고 둘러보고 들여다보는 과정을 반복하고 그걸 기록하지 않았을까 싶다. 나도 그렇게 나의 일기에 돌아보고 둘러보고 들여다본 것들을 담담히 기록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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