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anng님,
답장을 기다리고 계셨을텐데, 늦게 드려 죄송합니다. 일이 밀리다 보니 많이 바쁘고 정신없는 날들을 좀 보내고 있어서요. 답장을 늦게 드릴 수 밖에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제가 poanng님께서 생각하시는 HR전문가가 아니라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HR 분야 중 HRD만 경험해 봤구요, 더더구나 전문가는 아니고 단지 담당자, practitioner로서 한 회사에서 일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HR 전문가가 되고 싶은 공대생이라는 소개 때문에 몇 가지 제 경험과 생각을 공유해 드리고자 합니다. (저도 공대 출신이거든요. ^^) 우선 저도 두 개의 회사 밖에 경험하지 않았고 외부 네트웤을 통한 다양한 얘기를 좀더 듣지 못한 상태라 제한적인 시각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시면 좋겠습니다.
전공에 대해...
공대생으로서 HR을 하려고 하는데, 당장 길이 잘 안보인다고 생각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전공으로 볼 때 HR에서는 경영학과 출신을 선호합니다. HRD에서도 경영학과나 교육학과, 교육공학과 출신을 좀더 선호합니다. 따라서, 대학 졸업하면서 바로 공대 출신이 HR 분야로 지원하는 것은 그리 쉽지만은 않을 수 있습니다. (만약 경영을 복수전공한다면 달라질 수 있겠지만요.)
그렇지만, 연구소나 기술 위주의 회사에서는 공대 출신을 선호하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기술적인 것들에 좀더 이해도가 높기 때문이죠. 제가 아는 분도 L모 전자회사 연구소에서 엔지니어로 7년인가 근무하시다가 연구소 산하 인재육성그룹으로 옮기신 분이 계십니다. 이 분도 자신은 교육 쪽이 맞다고 생각하고 계시다가 기회를 잡으신 거죠.
업무에 대해...
회사에 따라서는 HR 하는 사람들을 현업에 순환 배치하기도 합니다. 즉, HR부서의 사람들이 마케팅 부서로 옮기기도 하고 사업부로 옮기기도 합니다. 반대로 사업부에 있거나 다른 Staff부서에 있는 사람들이 HR 부서로 옮기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HR 부서 사람들이 현장을 경험해 봐야 한다는 인식이 있는 경우입니다. 반면, HR 부서의 고유한 전문성을 높게 평가하여 순환 배치를 안 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이것은 회사마다 다르고 사람마다도 생각이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현업을 먼저 경험하는 것이 장점일 수 있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아니라고 하기도 합니다.
대학원에 대해...
회사를 다니다가 대학원을 통해서 HR로 바꾸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학원을 경영대학원이나 HRD 대학원을 다닌 이후 HR부서로 옮기거나 HR 컨설팅 회사에 들어가는 경우입니다. 현재 저희 회사에 HR 컨설팅하러 오신 분도 회사를 다니다가 KAIST 경영대학원을 나오고 HR 컨설팅 회사로 취업하신 케이스이더군요. 제가 다닌 HRD대학원에도 원래는 아니었는데, 대학원을 나온 이후 HRD 쪽으로 옮겨서 일하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제 경우는...
저는 자의반 타의반 교육쪽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원래 저도 공대 출신이고 L모 그룹의 IT회사에서 프로그래머(엔지니어)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습니다. 2년 반 가량 프로그램 개발하다가 사내 전배로 기술전략팀으로 옮기게 되었구요. 여기에서 5년 가량 일하다가 제가 원하기도 했고 윗분도 옮기는 것을 추천하여 교육부서로 옮기게 되었죠. 저는 사실 별로 차이를 못 느끼지만 교육만 전공한 사람들은 저에게 IT를 알면서 IT회사의 교육부서에 있으니까 장점일 수 있다고 말하더군요. 물론 제가 프로그램 강의를 했던 것은 아니지만요. 둘러보면 정말 교육공학과 출신들은 IT를 모르니까 SME(Subject Matter Expert: 분야 전문가)에 의지하는 경향이 좀더 큽니다.
써 놓고 보니, 너무 두서없이 제가 아는 내용, 하고 싶은 얘기만 쓴 것 같네요. 출근해서 업무시간 전에 쓰려다 보니 좀 장황하게 쓰게 되네요.. 공대를 졸업하면서 바로 HR로 갈 수 있을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우연이라는 것이 작용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구요. 이번에 저희 HR팀에 합류한 신입사원도 공대 출신입니다. 그런데, 원래 저희는 채용 계획이 없었는데, 갑작스럽게 업무가 많아지면서 기존 공대 출신 합격자 중에 지원을 받은 케이스입니다. 위에서 보시는 것처럼 세상 일은 어떻게 벌어질지 모른다는 것이 매력일 수 있습니다. 제가 여기 D그룹 IT회사에서 HRD를 하고 있다고 하면 저를 예전에 알던 사람들이 놀라기도 합니다.
저 말고 다른 분들의 경험, 케이스도 알아보시면 좋겠구요. HR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놓치 않으신다면 언젠가 그렇게 되시리라 믿습니다.
답장 늦게 드려 다시한번 죄송하구요. 혹시 더 궁금하거나 질문이 있으면 댓글이나 메일주세요.
화이팅하시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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