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구본형
발행연월 : 2004년 11월 발행 (초판 2쇄 읽음)
출판사 : 을유문화사
읽은 기간 : 2007.7.21 ~ 7.31
[ 책을 읽고나서 ]
이것은 구본형 선생님이 1년 가량의 일상을 기록하고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다. 말하자면 구본형 개인의 일기다. 그러나 혼자서 감추고 싶은 비밀을 간직한 비밀일기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그리고 스스로에게 말하고 싶은 것을 기록한 일기다. 살면서 깨달은 것들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어제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쓰여진 글들의 모음이다. 문장도 상대방에게 이야기하듯이 존대말로 쓰여져 있다.
이 책을 읽고 그동안 궁금했던 것이 해결되었다. 평소에 선생님이 어떻게 그렇게 일상의 일들을 매개로 이야기를 잘 풀어나가실까 궁금했었다. 글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써지는 것이 부러웠다. 그런데, 이 책을 보고 깨달았다. 평소에 일상의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지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고 생각하고 깨닫고 자신의 생각을 변화시키고 정리하고 그걸 남에게 이야기하듯이 쓰면 된다는 것을. 그렇게 해야 일상의 모습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기록은 매일 꾸준히 하루를 기록하고 글로써 자신의 생각을 키워야 한다. (일상의 활홀을 기록하는 노하우 참조)
책을 읽으면서 구본형 선생님이 하루, 즉 일상을 즐긴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또한 사람, 일, 자연 등 일상에서 만나는 모든 것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곳곳에 표현되어 있다.
선생님은 '매일 주어지는 하루를 나의 방식으로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또한 자신의 일상에 사람이 들어와 살게 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선생님은 진지한 분이다. 진지하게 일상에서 의미를 찾는다. 이렇게 일상에서 의미를 찾고 생각을 키워야 변화하는 것이라고 역설하신다.
결국 일상의 황홀을 느낄 수 있는 하루를 개편하고 하루를 제대로 사는 것이 중요하고 이것이 나로부터의 변화의 시작이자 끝이 아닐까?
[ 나를 멈추게 한 문장들 ]
서문. 책을 열고 감사하는 글
[5] 정말 참을 수 없는 것은 사라져 가는 일상이 아니라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지겨움입니다.
[5] 나는 물결같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매일 달라지는 변화와 특별함을 즐기기 위해 기록을 남깁니다. 나는 그것들을 기록함으로써 하루가 다른 하루와 달리 그 하루로 이미 특별했던 것을 즐깁니다.
[5] 나는 그 변화들을 하루하루 기록해 남기고 싶었습니다.
[5] 내 기록의 일관성을 지키는 유일한 법칙은 하루를 기록하면서 그 하루 속의 생각과 행동 속에, '사람이 살고 있었는지' 물어보는 것입니다.
[6] 사람이 살고 있었던 날, 그 하루는 황홀한 일상이었습니다. 황홀한 하루, 그것들이 모여 내 삶을 별처럼 빛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7] 이 책을 계기로 나는 더욱 자주 하루를 기록하여 내 삶의 기록이 되게 하려 합니다.
[7] 그 많은 하루들 안에 나는 '내 안에 사람이 살아 있던 날'들이 점점 더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곧 성장이고 훌륭한 자기경영이기 때문입니다.
봄.
[13]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어떻게 규정하는가에 따라 그 일의 주인도 되고 그 일의 종이 되기도 합니다. 무슨 일을 하든 그 내용보다는 대하는 방식에 따라 일은 그 모습을 달리합니다.
[13] 지혜는 어디에나 있지만 찾으려는 사람들의 눈에만 보입니다.
[21] 변화는 꿈과 현실 사이의 거리이며, 불행을 인식한 사람들의 주제입니다. 지금 있는 곳과 가야 할 곳을 아는 사람들만이 그 괴리를 줄이려고 애를 씁니다.
[25]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 되어 삶을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고 온갖 아름다운 장면들로 인생을 채워가며 살아간다는 것은 멋진 일입니다.
[34] 책을 읽다 좋은 글을 보면 가슴이 뜁니다. 좋은 글이란 벌써 내가 알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내 마음 속에 벌써 들어와 있지만 미처 낵 인식하지 못한 것입니다. 보는 순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이미 낯익은 것이기 때문에 만나면 그렇게 반가운 것입니다.
[34] 살며 느끼고 이해한 것만큼만 우리는 알아낼 수 있습니다. 독서의 깊이는 삶의 깊이와 같습니다.
[37] 간혹 하루가 다 지나가는데 오늘이라는 발자국 하나를 찍지 못한 날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잘 걷지 못하는 사람처럼 어제의 발자국을 끌며 산 날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하루를 잘 보내지 못한 미안함에 젖는 날도 있습니다.
[40] 일상의 끈을 놓치지 말 것, 그것이 현실이니까. 꿈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어뜨릴 것, 그것이 실천으로서의 변화니까. 하루를 잘 보낼 것, 그것이 삶이니까.
[40] 하루 속에서 늘 나의 삶을 건져낼 것. 그리하여 '나'를 완성할 것 - 아, 그러나 이것은 신의 은총이니 단지 간절함으로 기원할 것.
[40] 단지 자신이 되어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하는 것을 슬퍼할 것.
[57] 마흔이 될 때까지 가지고 있는 모든 돈과 시간을 털어 자신에게 투자하라. 마흔이 넘어 믿을 수 있는 것은 자기 뿐이다. 돈을 남기려고 하지 말고 자신을 남기도록 하라.
[57] 지금을 활용하라. 지금 현장에서 겪고 있는 일들은 관찰하고 기록하고 정리하라. 이것이 배움이다. 일에 마음을 쏟지 않으면 20년을 해도 일의 핵심을 파악하기 어렵다. 배움은 여러가지를 연결하는 연습이고, 이윽고 현실과 꿈을 연결하는 자신의 방식을 익혀 가는 것이다.
[58] 차별화하고 또 차별화하라. 다른 사람들이 가는 큰길로 가지 마라. 다른 것이 쓸모를 결정하고, 가장 자기다운 것이 가장 큰 쓸모임을 명심하라.
[58] 꿈꿔라. 꿈이 없으면 미래는 빈 것이다. 잡힐 듯이 꿈꾸는 사람들만이 그 꿈과 닮아가게 된다.
[72] 글쓰기와 관련하여 가지고 있는 내 생각을 나누었습니다. 첫째는 우선 마음 속에 간절히 쓰고 싶은 것이 있어야 표현에 힘이 실립니다. 둘째는 많이 읽어야 합니다. 많이 읽어야 많이 생각하게 되고, 자신의 언어와 자신만의 표현 방식이 형성됩니다. 셋째는 많이 써보아야 합니다. 매년 책을 한 권씩 낼 수 있는 것은 책 자체가 실험이고 배움의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러니컬하지만 불완전한 책을 내는 것이 바로 내가 가장 잘 배우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72] 어떤 주제에 대하여 1년 동안 내가 배우고 생각하고 익힌 것을 정리하여 표현하는 것, 이것이 바로 나의 학습 방법입니다. 내게 책은 어떤 주제에 대한 1년 동안의 사유를 기록한 한 권의 정리 노트인 셈입니다.
여름.
[120] 자신을 한 권의 책으로 생각하라 했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라 했습니다. 스스로 작은 역사가 되고 문명이 되라 했습니다. 내 속에 숨어 있는 위대한 것들을 찾아가라 했습니다.
[143] 전문화는 자신의 기쁨을 위해 해야 합니다. 공자가 '배우고 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하냐'라고 말한 것은 학습의 즐거움이며 그 즐거움의 주체는 바로 자신입니다. 누구를 위한 이익을 목적으로 수련하기 이전에 자신의 즐거움을 위한 것일 때 평생 변치 않고 수련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146] 운명의 힘을 결정하는 첫번째 요소는 꿈이라는 환상적 에너지일 것 같습니다. 그것은 한 사람의 미래를 결정하는 대단히 중요한 에너지니까요. 두번째 요소는 타고난 기질, 재능, 취향 같은 선천적인 것들의 콤비네이션일 것 같습니다. 이것을 파악하지 못하면 자신의 역량을 가늠해 내지 못할 것 같습니다. 세번째 요소는 자신에 대한 애정일 것 같습니다. 자신의 힘과 삶을 낭비하지 않겠다는 결의가 중요하겠지요. 네번째 요소는 나에 대한 연구입니다. 스스로의 과거를 기록하고 자신의 문명의 성격을 규정하고 앞으로의 성취를 계획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자원을 결집시키는 운명의 로드매핑입니다.
[160] 하루가 바뀌니 비로소 인생이 바뀌기 시작합니다. 하루를 개편하지 못하면 본질적 변화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164] 내 생각으로는 철학을 가지고 있지 않은 직업인은 결코 예술가가 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철학은 결국 세상과 인간과 삶에 대한 '자신의 견해'거든요. 철학이 없으면 어느 것도 예술이 될 수 없습니다. 무슨 일을 하든 세상과 인간과 삶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없다면 자신을 세상에 표현할 수 없지요.
[165] 철학책을 읽는 것은 철학자들의 생각을 알고 싶은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생각을 알고 싶기 때문일 것입니다. 자신의 철학을 만들고 가다듬고 정리하고 부수고 재편하는 '생각의 성장'을 위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걸 저는 '변화'라고 부르지만요. 생각이 자라지 않는 변화는 그래서 본질적일 수 없습니다.
[171] 우리는 새로 산 색연필로 낙서를 하며 놀았습니다. '오늘 우리'를 그렸고, '어제 우리'를 그렸습니다. 그리고 '내일 우리'를 그렸습니다.
[176] 이것이 변화의 법칙이기도 해요. 아침과 저녁의 자유, 낮 동안의 직장 생활....모든 직장인의 하루는 아침과 저녁의 그 자유시간에 의해 바뀌게 되고, 이것이 낮을 바꾸고, 이윽고 하루가 재편되고, 그리하여 아주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게 되거든요.
[176] 변화란 하루를 바꾸지 못하면 절대로 이루어 질 수 없는 것이거든요. 여름이 가을로 넘어가듯, 하루는 이렇게 어제에서 오늘로, 오늘에서 내일로 바뀌어 갑니다.
가을.
[186] 실험하라. 매일 실험하라. 매일 다른 삶을 살아라. 새로워져라. 매일 다른 사람이 돼라.
[200] 아침에 나갔다 저녁이 되어서 우리는 집에 돌아왔습니다. 올 가을엔 가고 싶은 길을 따라 아내와 함께 갈 곳도 정하지 않고 길이 우리를 이끄는 대로 강 따라 단풍 따라 마음껏 돌아다녔습니다. 그랬더니 이 길 저 길 샛길도 꽤 가보게 되었습니다. 길은 샛길이 정겹습니다.
[211] 누구든 자신의 길을 갈 때는 내면의 등불을 밝히고 가야 합니다. 누구도 다른 사람의 등불이나 등대가 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가는 여행은 우리 속으로의 여행이니까요. 안으로 들어갈수록 오직 자신을 태우는 스스로의 등불로 길을 밝혀야 합니다.
겨울.
[220] 하루는 글쓰기와 함께 시작됩니다. 어제 쓴 다음 글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지만 오늘은 또 오늘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끔 어제나 그제 혹은 훨씬 오래 전에 썼던 글들은 오늘 마음에 들도록 다시 바꿔 쓰기도 합니다. 오늘의 힘이 그렇게 큰 것이지요. 사실로서의 과거는 그대로 존재하지만 그것에 대한 이해와 해석 그리고 표현이 오늘 달라지는 것입니다.
[220] 어제 했던 생각을 오늘 허물고 다시 쓰는 것이 진보가 아닐까요? 새로운 언어 없이는
새로운 세계도 없습니다.
[234] 매일 주어지는 하루를 나의 방식으로 즐길 수 있기를..
[242] 저는 끊임없이 의미를 찾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책을 쓸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너무 진지해 보이지요. 늘 진지한 사람은 지루하잖아요. 진실을 전달하는 방법이 늘 진지해서도 안 되구요. 그래서 우선 많이 웃으려고 합니다.
[244] 자신의 철학을 만들어라.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내라. 스스로에게 투자하라.
[245] 무슨 일을 하든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내는 사람만이 차별적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자신만의 유일함을 가지지 못하면 대중 속에 묻히고 만다. 지금은 별들의 시대다.
자신을 재료로 신화를 만들어 내야 하는 작은 영웅들의 시대다.
[245] 아침이든 저녁이든 하루의 어디서건 시간을 내어 실험하고 모색하고 학습해야 한다.
[246] 배움에 있어 정신적 반복은 이렇게 중요합니다. 마음을 사용할 수 있어야 익힘이 깊어집니다. 무엇을 공부하든 잊지 말아야 할 대목입니다.
[255] 미래란 창조되는 것이지 적응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에게 변화란 새로운 모색이고
실험이니까요.
[259] 기록되는 것은 오늘의 사건, 느낌, 생각, 행동 등이 될 것입니다. 오늘 하루가 점점이 모여 인생을 이루는데, 오늘의 기록은 그 점 하나에 대한 미시적 확대지요.
[264] 우연한 계기가 마음의 문을 열고, 위대한 결단에 이르게 하고, 그것을 생활 속에서 지켜 가는 과정 없이는 변화가 이루어질 수 없으니까요.
[265] 하루를 바꾸지 못하면 어떤 변화도 실천된 것이 아닌 것입니다.
[268] 역사는 생각의 변천사니까요. 그 내면적 힘이 결국 행위를 만들어 내니까요.
후기.
[271] 오늘 내가 싸워야 하는 것은 어제의 생각과 어제의 행위입니다. 어제의 내가 오늘을
점령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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