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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24 복장과 조직문화의 관계

회장님이 우리 회사 사업장을 방문하다가 한 말씀 하셨다.

"여기 근무하는 사람들은 고객들을 자주 만나나요?"
"아닙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불편하게 정장을 입고 있죠?"

이 한 마디로 우리 회사의 복장 자율화는 검토되기 시작했다. HR팀내 대리와 사원이 추진하는데, 내가 가이드하는 형태로 검토를 진행했다. 사실 처음부터 어느 정도 결정은 되어 있었다. 팀장은 내심 이번 기회에 '완전 복장 자율'이 되었으면 했다. 평소에도 옷을 편하게 입고 다니시기에 그럴 만하다 생각되었다.

그래서, 우리의 검토 작업은 바로 '완전 자율 복장'을 가정하고 직원들의 찬반과 주변 상황, 의견을 종합하게 되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같은 업종에 있는 대부분의 회사(S모, L모 회사 등등...)가 완전 복장 자율보다는 비즈니스 케쥬얼을 규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심지어 그룹 내 계열사들은 거의 정장이었다. 외국 브랜드를 수입하는 의류 쪽은 빼고.

그러던 차에, 지난 주 일요일 창조적 독서모임에 참석하여 귀중한 깨달음을 얻었다.
복장을 완전 자율하냐 마냐의 문제는 사실 조직의 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고, 이번 기회에 우리 회사의 조직 문화에 대한 서베이를 통해 직원들로 하여금 우리 회사가 조직 문화 형성을 위해 뭔가 바뀌고 있구나 하는 점을 느낄 수 있게 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요즘 회자되는 A.I(Appreciative Inquiry)를 활용해 보라는 조언도 있었고.

 - 복장으로 표현되는 조직의 문화!
 - 우리 회사의 문화는 무엇인지 이번 기회에 정립(AI 활용)
 - 우리 회사는 _______한 회사다! 로 직원들의 의견 수렴
 - 복장 자율이란 조직원의 empowerment를 높이기 위한 것임
   . 오늘 내가 어떤 일을 할 것인가, 오늘 나의 브랜드, 나의 이미지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회사를 대표한다는 마음가짐
   . best dresser 선정 : 진짜로 일과 고객에 맞게 입은 사람이 best dresser다.
   . 그냥 best dresser 사진만 찍지 말고 그 옷을 입었을 때의 일과 고객을 같이 알려준다.
 - 일과 복장의 정합 
 - 복장 자율화란 말이 교복자율화처럼 들린다. '조직문화를 대변하는 복장'이란 개념의 말을 만들면 좋겠다.


위와 같은 조언들에 나는 눈이 번쩍 뜨였다. 아, 단순히 찬/반만 조사해서 결정하는 게 아니라 복장 하나도 이렇게 풀 수 있구나, 직원들이 진짜 느끼게 만들 수 있구나 하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됨에 나는 흥분을 느꼈다. 진작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같이.

그러나, 나의 새로왔던 의지는 여지없이 꺾였다. 팀장은 보고서 앞 쪽에 '대부분 비즈니스 캐쥬얼이지만 모호한 기준이라 아예 완전 자율로 하는게 낫다'는 뉘앙스의 글들을 추가하라는 주문을 했다. 그렇게 수정해서 바로 CEO에게 보고하고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휴...처음부터 그렇게 결정된 것이다.

갑자기 힘이 빠지고 의욕 상실의 좌절감이 밀려왔다. 조직 문화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없이, 편하게 입고 다니면 좋다는 생각으로 복장 자율화를 검토했다면 그냥 그렇게 결정하고 CEO에게 구두 보고하고 실행하면 되는 거 아닌가! 왜 조사하게 하고 조사결과가 의도한 대로 안 나온다고 보고 문구를 수정하라고 하는가..

직원들이 보면, 갑자기 게시판에 복장 자율에 대한 공지가 뜨겠지만, 난 이번에 좋은 교훈 몇 가지를 얻었다. 보고서에 한두 문장 써 넣는 게 중요한게 아니라 회사가 변화하고 있다고 직원들이 실제로 느끼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리고 일이란 문서로만 되는 게 아니라 실제 느끼고 움직일 수 있게 만들어야 됨을 깨달았다. 보고서에 '창의적인 조직 문화 달성'이라고 한 줄 써넣는 것은 쉽지만, 실제 직원들이 우리 회사가 그렇게 바뀌고 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꼭 필요한 일이다.

또한 직원들 설문을 하나하나 읽다보니,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누구는 근무 기강을 위해 정장을 입어야 한다고 하고, 누구는 창의적인 분위기를 위해 캐쥬얼을 입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럴 때에 더욱 중요한 것은 업무 추진자가 갖는 신념이다. 로버트 E.퀸 교수도 <Deep Change>에서 신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직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직원들이 회사의 방향에 동의하게 하려면 회사가 왜 복장 자율화를 하려는지에 대한 신념을 업무 추진자가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런 신념을 가지고 설득해야 한다. 

이번에는 위와 같은 깨달음을 업무 추진 중간에 얻었고 이미 결정된 사항이라 이번만큼은 내가 양보한다. 그러나 다음부터는 얄짤없다. 내 일은 내가 가진 신념대로 저지른다. 그게 나 자신 변화의 시작이고, 조직을 위한 근원적 변화의 시작이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이번에 찾아본 복장 자율화에 대한 기사 두개..

http://www.ahanabi.com/bbs/view.php?id=bbs_notice&no=220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01&aid=0002531504


Posted by 일상과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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