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회사로 이직하면서 가장 크게 달랐던 점 중의 하나가 여기는 회의가 없다는 것이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줄 알았는데, 품질팀으로 작년에 입사하신 과장님도 같은 얘기를 한다.

"여기는 정말 이상해요..회의가 없어요.."

정기적인 정보 공유 회의는 물론 업무에 필요한 회의도 최대한 안 하는 분위기이다. 팀장의 성향에 따라서도 달라지겠는데, 우리 팀장은 중요하든 중요하지 않든 의사결정을 오며가며 한다. (좋은 말로 MBWA: Management By Walking Around일 것 같은데, 실상은 팀장만 팀에서 돌아가는 일을 알고 팀원들은 다른 팀원이 어떤 일 때문에 바쁜지 잘 모른다. 그래서 간혹 일정을 중복해서 잡는 경우도 생긴다)

나의 목표는 우리 팀에 회의 문화를 가져오는 것이다. 그것도 괜찮은 회의 문화를... 서로 자유롭게 의견 개진하고 특별한 일이 없어도 커피 한잔 다같이 모여 마시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러던 차에 기회가 왔다.
지난 주에 e-HRD시스템 개발 때문에 팀내 요구사항을 수렴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나는 팀장님을 포함하여 전 팀원을 회의에 초대했다. 그래봤자 팀장 포함 전체 5명인데, 이 5명이 한번에 모이는 일은 식사 시간 빼고는 거의 없다..회의실에서 모이는 건 거의 없었다..

내가 주관하는 요구사항 수렴 회의였고 다들 의견 개진을 잘 하고 팀장도 그때그때 필요한 사항은 의견이나 결정을 해 주었다. 회의를 끝내고 보니, 나름대로 의미있고 다함께 참여하는 회의가 된 것 같았다.

여기에서 끝이라면, 보통의 회의였겠지만, 난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회의에 대한 reflection을 했다.
같이 회의했던 사원과 대리에게 '오늘 회의가 좋았던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냐? 괜찮다고 생각하면 왜 그런 것 같냐?'라는 질문의 메일을 던졌다. 사원의 답장이 왔다. 우리 팀에서 회의가 없어서 평소에 회의를 자주 했으면 했는데, 오늘 다같이 모여서 좋은 회의였다고. 그러면서 하는 말이, 한 달에 한 개씩 우리 팀의 개선과제를 정해서 같이 모여서 아이디어 내고 회의하면 좋겠다고 한다.

난 여기서도 그치지 않고, 이번에는 팀장에게 메일을 썼다.
'팀원들이 오늘 회의가 좋았다고 하고 앞으로 종종 이런 회의를 했으면 좋겠다'고 한다고. 그랬더니, 팀장에게서도 답장이 왔다. 나나 다른 과장이 회의를 주선하면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팀장이 원래 formal한 것을 안 좋아해서 주도적으로 회의를 하겠다는 답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긍정적인 답장이라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볼 때는 아직 우리 팀 사람들이 회의의 중요함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인사팀이다 보니 개별적으로 하는 일들이 많지만, 사실 서로 머리 맞대고 얘기하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도 많이 나오고 팀웍도 높아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나의 목표는 우선 우리 팀원들이 회의에 대한 가치, 회의를 통한 재미를 깨닫게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우리 팀도 자연스럽게 좋은 회의문화가 정착되지 않을까 싶다.

Posted by 일상과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