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림을 제대로 배운 적도, 그려본 적도 없다. 그렇지만 늘 그림에 대한 동경은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아이들을 데리고 간혹 미술관에도 가고 혼자서 캘리그라피 강습반도 등록해 본 적도 있다. 그러나 의욕과 달리 재능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직접 그리기보다는 감상하기에 더 적합한 지도 모르겠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나에게 옛 그림을 감상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가이드와 같은 책이 되었다.
이 책의 서문에 반했다.
책을 펴고 서문부터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읽다보니 서문이 너무 멋있다. 저자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이 책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다는 설명이 아니라 저자의 관점과 생각이 담겨져 있다. 나도 언젠가 책을 쓴다면 이런 서문을 쓰고 싶다.
그림은 보는 게 아니라 읽는다는 것을 알았다.
이 책을 통해 옛 그림을 보는 법을 알게 되었다. 아니다, '보는' 법이 아니라 '읽는' 법이다! 그림 한 점을 놓고 저자가 설명하는 대로 시선을 따라가면서 읽다보면 그야말로 그림을 읽게 되는 것 같다. 책 제목이 '옛그림 보기의 즐거움'이 아니라 '옛그림 읽기의 즐거움'인 줄 문득 깨달았다.
표현된 단어들이 생소해서 빠르게 읽기 어려웠다.
저자가 사용한 단어들이 익숙한 것이 아니어서 쉽게 읽히지가 않았다. 그림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 미술용어들은 당연히 그렇거니와 일반적인 단어들도 생경한 것들이 많아서 단어의 의미를 생각하거나 한자를 다시한번 보면서 읽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
옛 그림을 감상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
저자는 '옛 그림 보는 법'(p216)에서 몇 가지 옛그림 감상요령을 소개하고 있다. 첫째, 좋은 작품을 무조건 많이 자주 보는 것이다. 둘째, 작품 내용을 의식하며 자세히 뜯어보는 것이다. 작품을 내 손으로 직접 있는 그대로 옮겨 그리면 좋다(임모할 능력이 옮다면 마치 화가인양 그림의 부분 부분과 획 하나 점 하나를 그려나가듯이 차근차근 살펴보고 또 내용을 혼잣말로라도 중얼거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셋째, 오래 두고 보면서 작품의 됨됨이를 생각하는 것이다. 나중에 미술관에 간다면 이렇게 찬찬히 뜯어서 읽듯이 감상을 해봐야겠다.
그림에 얽힌 역사, 고증, 인물들까지 소개하고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저자는 그림에 얽힌 다양한 역사, 인물들까지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시중에 잘못 알고 있거나 그릇되게 알려진 부분은 직접 연구해서 바로잡는 부분까지 소개하고 있다.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다보면 저자의 표현대로 '우리는 옛 그림에서 한 분의 그리운 옛 조상을 만날 수 있다'(p222). 저자의 이러한 자세를 책 끄트머리에서 본 '궁구(窮究)'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궁구란 깊이 파고들어 연구한다는 뜻이다. 저자는 옛 그림을 깊이 파고들어 연구하고 그걸 이 책을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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