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다움찾기2010. 1. 7. 08:34

아래는 지난 12월 한참 힘들때 쓴 글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글이나 나중에 참고하기 위해 남겨둔다.
직장인이라면 다 겪는 어려움과 헤처나가는 방법을 기록해 두어
나중에 나 자신을 대상으로 한 실험의 사례로 쓸 요량으로.
물론 지금도 헤처나가는 방법을 찾고 적용해 보는 중이다..
 

주말, 많이 아팠다.
토요일 오후 중앙대 글로벌HRD대학원 입학면접을 보고 올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뒤처지지 않고 준비를 하기 위해 내년부터 주말에 하는 직장인 대상 대학원을 다녀볼 생각이다)
저녁을 먹고 와이프와 함께 커피를 마시러 나섰다.
연말인지 투썸플레이스, 커피빈이 만원이다.
아이들 아이스크림을 사줄 요량으로 콜드스톤에 들러 우리도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오후에 영어로 본 인터뷰가 못내 아쉬워 그 얘기를 많이 했다.
주말 저녁에 아이들 떼어놓고 둘이서 잠깐 데이트하는 것이 요즘의 유일한 낙이다.


집에 돌아왔는데, 갑자기 배가 아프다.
화장실에 있는 동안 춥다는 느낌이 들었다.
바로 이불 뒤집어쓰고 누웠다.
와이프에게 두꺼운 겨울이불에, 등산양말까지 달라고 해서 껴입고 잤다.
정노환을 먹고 잤다.
열을 쟀더니 조금씩 오르는 것 같다.
그렇게 토요일 밤 11시부터 시작된 몸살이 월요일 아침까지 이어졌다.
그사이 자다깨다, 먹다 자다를 반복했다.
거의 35시간을 누워있었다.
열나고 땀나고 화장실 들락날락, 배 아프고...


월요일 아침, 병원에 들렀다가 회사에 출근했다.
회사 들어가기 전 죽집에 들러 죽 한 그릇 먹었다.
자리에 앉으니 여전히 내 앞에 쌓여 있는 일들.
하나하나 하다보니 어느덧 저녁이다.
이젠 머리가 아프다.
저녁 먹고는 타이레놀을 두 알 먹고 다시 일하기 시작했다.


연말이라 그동안 했던 활동 결산 미팅 주관하느라 바쁘다.
하반기 동안 활동했던 CoP 리더들을 모아서 활동결산, 최우수 CoP 선정을 했다.
많이 안 모인다고, 선정 프로세스가 투명하지 못하다고 BU장님으로부터 한 소리 들었다.


올해 실적이 좋다고 오히려 돈을 써야 한다고 팀장이 이것저것 말한다.
내년 상반기에 하려던 컨설팅역량강화 교육을 급하게 준비하게 되었다.
예전 경험을 살려 내가 과정 기획하고 요구사항 파악해서 하고 싶었는데,
올해 비용처리를 해야 한다고 급하게 외부전문업체를 부르고 맡기게 되었다.
그래도 업체랑 같이 준비해야 될 게 많다.
요구사항 파악을 위한 내부 미팅 주선하고 참석자 파악하고 일정 재조정하느라 바쁘다.
학습 참여자들이 프로젝트로 바쁘다고 12월 31일도 교육하고 1월에는 매주 토요일에 출근해서 하기로 했다.
와이프에게 어떻게 얘기할까? 아직 얘기를 못했다.
왜 연중에는 돈 없다고 못하다가 연말에 돈 남는다고 이렇게 급하게 해야할까?
시간 갖고 제대로 준비하고 나도 제대로 하고 싶은데...


팀장 DP에 HR중장기 전략 수립이 잡혀 있다고 얼마전부터 팀장, 박과장과 함께 미팅을 하고 있다.
HR중장기 전략 수립을 위해 11월부터 시간들여 IBM, SDS 벤치마킹 다녀오고
교육도 들었는데, 결국 보고를 위한 장표 작성이 되고 있다.
이것도 제대로 하고 싶었는데...
내부 컨설턴트가 되어 그동안의 프로세스와 실행에 대해 개선점을 도출하고
방향성과 로드맵을 가지고 일을 하고 싶은데, 이번에도 그냥 보고용으로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보고서는 박과장과 내가 나눠서 작성하기로 했다.
이건 밤에 작업해야겠다. 낮에는 이것말고도 해야할 일들이 많으니..쩝..


다음주부터 신입사원들이 들어온다.
신입사원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
원래 같이 일하던 최대리가 하던 일인데, 이번주부터 산휴에 들어갔다.
다른 팀원에게도 일을 나눠줬지만, 내가 처리할 일도 많다.
여성들이 산휴로 3개월 비어 있는 사이에 나라에서 뭔가 지원을 해줘야 하는 게 아니냐고 와이프가 볼멘 소리 한다.
그렇지만, 고스란히 주변 사람들이 당분간 떠맡을 수 밖에 없다.
그래도 LG에 있을 때는 여자 과장이 1년간 산휴를 갔어도 이렇게 나에게 일이 몰린다는 느낌은 없었는데 여긴 왜 이러냐...


월요일 밤 타이레놀 먹고 일하다가 집에 들어가니 11시다.
화요일 밤 12시.
수요일 밤 새벽 2시.
목요일 밤 11시 반.


수요일 밤 하려던 책쓰기 모임 컨퍼런스 콜에 참석하지 못했다.
노트북 싸들고 10시까지 집에 가서 콜에 참석했다가 집에서 일할까도 생각했지만,
에너지가 없다.


몸도 아프지만, 에너지, 기력이 없다는 느낌이 더 맞는 것 같다.
다른 걸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당분간은 그냥 남아있는 에너지로 산더미처럼 쌓인 회사 일을 처리하는데 써야 한다.


꿈을 찾아 실행하는 직장인.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내가 뭔가 다른 걸 했었다는 느낌도 사라졌다.
짧은 시간 사이에 이럴 수 있을까...?
이럴 때일수록 더더욱 나 자신을 꿈작동법 사례로 만들 수 있게 과감히 일을 헤쳐나가고
내 꿈을 위한 실행력을 높여야 하지만, 자꾸만 침잠하게 된다.
밖에서 보이던 것이 막상 내가 들어오니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아니면 내가 외면하는 것인가...


다시 배가 아프다.
몸이 좀 나아지나 싶더니, 오늘 아침부터 다시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된다.
몸이 아프지만, 몸만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나에게는 실행 단계에서의 장애를 극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른 직장인도 다들 이렇게 바쁘고 다른 걸 시도하기 힘들텐데...
나만 이렇지 않을 것이다.
자꾸 조금밖에 남지 않은 에너지를 절약하고자 내 안에서 시작할 힘이 보이지 않는다.
외부의 도움이 필요한가...?


어젯밤 집에 못 가고 사무실에서 일하다 와이프에게 전화했다.
'하숙생 남편'이라는 메시지를 받고 정말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요일 저녁 이후 오늘 금요일 아침까지 아이들 얼굴을 보지 못했다.
오늘 아침 출근하는데, 와이프가 아이들 얼굴 한번 보고 가라고 해서 문을 나서기 전에 한번 자는 얼굴을 보았다.
주말에는 꼭 같이 놀기로 혼자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어젯밤에는 전화로 와이프에게 이해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다가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것도 무릇 없던 일처럼 지나갈까?
다시 힘을 낼 수 있을까?
혼자서 하는 일이라면 에너지가 쌓일 때가지 기다렸다가 다시 시작할 수 있지만,
지금 책쓰기 모임은 같이 일하는 것이다.
나의 에너지가 낮음으로 인해 모두 같이 달려야 하는 시기에 기운을 빼고 있다는 미안함이 든다.
서로 에너지의 높고낮은 시기가 달라 동시에 쭉 전체 에너지를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방금 중앙대 HRD대학원 합격자 발표가 났다.
합격이다.
내년 3월부터는 매주 금요일 저녁, 토요일 하루 종일 대학원에 다녀야 한다. 2년 동안.
그런데, 나는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직장인인가? 맞나?
없는 시간 빼서 대학원 다니는 것 하나로 과연 나는 꿈을 찾아 실행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나는 지금 나의 꿈을 향해 제대로 된 실행을 하고 있는 사람인가?
지금 이런 상태로 내가 과연 제대로 다닐 수 있을까?
그냥 학위가 필요한 게 아니라 좀 공부를 하고 싶어 지원한 건데...이런 상태로 제대로 된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을까?


힘이 없다. 너무 졸립다..
그렇지만, 일은 해야지..
다시 일을 시작해야겠다...
산더미같은 일..
밤 10시 전에는 집에 가도록 노력하자.
그리고 주말에는 절대 일 안하고 잠만 자다가 일요일 밤 10시에 꼭 컨퍼런스 콜 모임에 말똥말똥한 정신으로 참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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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일상과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