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다움찾기2012. 4. 10. 08:59

poanng님,

 

답장을 기다리고 계셨을텐데, 늦게 드려 죄송합니다. 일이 밀리다 보니 많이 바쁘고 정신없는 날들을 좀 보내고 있어서요. 답장을 늦게 드릴 수 밖에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제가 poanng님께서 생각하시는 HR전문가가 아니라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HR 분야 중 HRD만 경험해 봤구요, 더더구나 전문가는 아니고 단지 담당자, practitioner로서 한 회사에서 일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HR 전문가가 되고 싶은 공대생이라는 소개 때문에 몇 가지 제 경험과 생각을 공유해 드리고자 합니다. (저도 공대 출신이거든요. ^^) 우선 저도 두 개의 회사 밖에 경험하지 않았고 외부 네트웤을 통한 다양한 얘기를 좀더 듣지 못한 상태라 제한적인 시각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시면 좋겠습니다.

 

전공에 대해...

공대생으로서 HR을 하려고 하는데, 당장 길이 잘 안보인다고 생각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전공으로 볼 때 HR에서는 경영학과 출신을 선호합니다. HRD에서도 경영학과나 교육학과, 교육공학과 출신을 좀더 선호합니다. 따라서, 대학 졸업하면서 바로 공대 출신이 HR 분야로 지원하는 것은 그리 쉽지만은 않을 수 있습니다. (만약 경영을 복수전공한다면 달라질 수 있겠지만요.)

그렇지만, 연구소나 기술 위주의 회사에서는 공대 출신을 선호하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기술적인 것들에 좀더 이해도가 높기 때문이죠. 제가 아는 분도 L모 전자회사 연구소에서 엔지니어로 7년인가 근무하시다가 연구소 산하 인재육성그룹으로 옮기신 분이 계십니다. 이 분도 자신은 교육 쪽이 맞다고 생각하고 계시다가 기회를 잡으신 거죠.

 

업무에 대해...

회사에 따라서는 HR 하는 사람들을 현업에 순환 배치하기도 합니다. 즉, HR부서의 사람들이 마케팅 부서로 옮기기도 하고 사업부로 옮기기도 합니다. 반대로 사업부에 있거나 다른 Staff부서에 있는 사람들이 HR 부서로 옮기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HR 부서 사람들이 현장을 경험해 봐야 한다는 인식이 있는 경우입니다. 반면, HR 부서의 고유한 전문성을 높게 평가하여 순환 배치를 안 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이것은 회사마다 다르고 사람마다도 생각이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현업을 먼저 경험하는 것이 장점일 수 있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아니라고 하기도 합니다.

 

대학원에 대해...

회사를 다니다가 대학원을 통해서 HR로 바꾸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학원을 경영대학원이나 HRD 대학원을 다닌 이후 HR부서로 옮기거나 HR 컨설팅 회사에 들어가는 경우입니다. 현재 저희 회사에 HR 컨설팅하러 오신 분도 회사를 다니다가 KAIST 경영대학원을 나오고 HR 컨설팅 회사로 취업하신 케이스이더군요. 제가 다닌 HRD대학원에도 원래는 아니었는데, 대학원을 나온 이후 HRD 쪽으로 옮겨서 일하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제 경우는...

저는 자의반 타의반 교육쪽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원래 저도 공대 출신이고 L모 그룹의 IT회사에서 프로그래머(엔지니어)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습니다. 2년 반 가량 프로그램 개발하다가 사내 전배로 기술전략팀으로 옮기게 되었구요. 여기에서 5년 가량 일하다가 제가 원하기도 했고 윗분도 옮기는 것을 추천하여 교육부서로 옮기게 되었죠. 저는 사실 별로 차이를 못 느끼지만 교육만 전공한 사람들은 저에게 IT를 알면서 IT회사의 교육부서에 있으니까 장점일 수 있다고 말하더군요. 물론 제가 프로그램 강의를 했던 것은 아니지만요. 둘러보면 정말 교육공학과 출신들은 IT를 모르니까 SME(Subject Matter Expert: 분야 전문가)에 의지하는 경향이 좀더 큽니다.

 

써 놓고 보니, 너무 두서없이 제가 아는 내용, 하고 싶은 얘기만 쓴 것 같네요. 출근해서 업무시간 전에 쓰려다 보니 좀 장황하게 쓰게 되네요.. 공대를 졸업하면서 바로 HR로 갈 수 있을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우연이라는 것이 작용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구요. 이번에 저희 HR팀에 합류한 신입사원도 공대 출신입니다. 그런데, 원래 저희는 채용 계획이 없었는데, 갑작스럽게 업무가 많아지면서 기존 공대 출신 합격자 중에 지원을 받은 케이스입니다. 위에서 보시는 것처럼 세상 일은 어떻게 벌어질지 모른다는 것이 매력일 수 있습니다. 제가 여기 D그룹 IT회사에서 HRD를 하고 있다고 하면 저를 예전에 알던 사람들이 놀라기도 합니다.

 

저 말고 다른 분들의 경험, 케이스도 알아보시면 좋겠구요. HR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놓치 않으신다면 언젠가 그렇게 되시리라 믿습니다.

 

답장 늦게 드려 다시한번 죄송하구요. 혹시 더 궁금하거나 질문이 있으면 댓글이나 메일주세요.

화이팅하시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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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일상과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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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는 교육학과 교육공학을 전공했는데요. 예전 회사의 자회사였던 게임회사의 인사업무까지 관리 한 적이 있습니다. 역시나 IT 쪽 인력들을 채용, 평가, CDP 해주는데 IT적 지식이 없어서 괴로움을 많이 느껴졌습니다. HR 업무의 기본적인 인문학적 소양과 경영학적 소양이 물론 필요하지만, 어느 정도 인사 조직이 세팅되어 있는 곳에서는 이러한 업무적 스킬들은 OJT를 통해서 습득할 수 있고, 그 회사 필드의 기술적 지식이 더 있으면 일을 하는데 더 도움일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많이 하였습니다. 공대학생이신데 HR쪽으로 트랙을 잡으신다면, 경영학이나 교육학과 같은 전공을 복수나 마이너로 전공하시면 좋을 것 같기도 하네요. 학교에서 전공을 하지 않더라도 HR관련 교육과정이나 인맥들을 넓히시면 또 기회가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주제넘게 한 마디 적었습니다. ^^*

    2012.04.10 14:2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좋은 조언 감사합니다.
      사실 저희 팀에 이번에 합류한 신입사원도 IT전공이지만 경영을 부전공으로 했기 때문에 좀더 눈에 띄고 수월하게 HR팀에 합류하게 되었었습니다.
      이렇게 오며가며 잊지 않고 조언주시니 정말 좋네요. ^^

      2012.04.10 20:36 신고 [ ADDR : EDIT/ DEL ]
  2. 그러고보니 공학도가 엔지니어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HR 업무를 경험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이번에 삼성 멘토링을 신청했는데, 멘토님도 공학도 출신으로 경영 업무를 하고 계신다 하시더라구요. 저도 공학도 출신이지만 HRD 담당자를 꿈꾸고 있구요. ^^

    2012.04.18 16:5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양쪽을 다 알기 때문에, 또는 양쪽의 태도를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 유리하지 않을까요? ^^

      2012.04.19 21:20 신고 [ ADDR : EDIT/ DEL ]
    •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한 쪽의 분야만을 바라보고 마라톤을 시작한다고 해도, 다양한 분야을 알면 알수록 그 폭은 넓어지겠지요? ^^ 진진님의 HRD를 향한 에너지처럼요!

      2012.04.19 23:14 신고 [ ADDR : EDIT/ DEL ]
  3. 산타

    우연히 글을 읽었는데 저와 비슷한 경력이 있는것 같아 반가운 마음에 글을 남깁니다.

    저는 s모 그룹의 si업체에서 개발자로 시작했다가 중간에 생산성혁신본부란 곳에서 기술역량개발 관련업무를 하면서 약간의
    HRD업무를 같이 경험했었네요

    지금은 같은 그룹사의 정보전략업무를 하고 있구요.

    반갑네요. 이런 캐리어를 만나는것도 쉽지않은데 말이죠.

    블로그를 주욱 보니 정말 멋진분이신것 같습니다.

    2012.05.07 20:27 [ ADDR : EDIT/ DEL : REPLY ]
    • 반갑습니다. 말씀 들어보니 저와 비슷한듯 다르신데요..

      저는 L모 그룹의 si업체에서 개발자로 시작했다가 기술전략그룹이란 곳에서 중장기 기술전략 관련업무를 하다가 완전히 교육/HRD 쪽으로 방향을 잡았거든요. 산타 님께서는 다시 정보전략 쪽으로 가셨고..

      저는 한동안 교육쪽에 있으면서 방황을 했죠. 다시 기술 쪽으로 돌아가야 하나 하는 생각으로요. 뭐, 이제는 완전히 HRD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요..ㅎㅎ

      반갑습니다, 산타님.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드리구요. ^^

      2012.05.07 22:10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