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자체가 HRD!2009. 7. 30. 08:39

창조적 책읽기/쓰기 모임에서 교산, 여주님으로부터 <가족과 함께 위시리스트 쓰기>에 대해 들었다. <가족과 함께 위시리스트 쓰기>란 엄마, 아빠, 아이들 모든 가족이 모여 자신이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것 등등 원하는 것을 각자 100 가지씩 쓰는 것이다. 흔히들 Dream List 또는 Wish List라고 부르는 것을 가족이 같이 하는 것이다.

좋은 것은 꼭 따라해봐야 하는 나, 바로 실행에 옮겼다. 퇴근하면서 와이프와 아이들을 불러내어 자연드림(가게)에서 아이스크림 하나씩 사서 먹으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내가 간단히 아이들과 와이프에게 설명한 다음 바로 흰 종이를 꺼내서 각자 쓰기로 했다. 아이들의 반응이 별로이면 어떠나 걱정했는데, 정반대였다. 자기가 하고 싶은 거 쓰는 거라고 하니까 신나서 둘이 낄낄거리면서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첫째 하연이는 아직 글쓰는 것이 빠르지 않은 둘째 수연이에게 글로 쓰지 말고 그림으로 그리라는 조언까지 한다. 둘째는 맞다, 맞다 하면서 비행기 그림 그리고 도라에몽 스티커까지 갖다 붙이기 시작한다. 아래 사진이 우리 가족들이 쓴 위시 리스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솔직히 100개 뭐 금방 쓰지 하고 생각했는데, 20개 넘으니까 정말 쓸 게 없다. 그래서, 와이프와 난 50개를 간신히 채우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평소에 그렇게 하고 싶은 것이 없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 반해 하연이는 훌쩍 100개를 써 내려갔다.  

가족들이 쓴 위시 리스트를 보니 각자의 성향이 드러난다. 평소에 뭘 원했는지도 알 수 있고. 예를 들면, 난 먹는 거는 거의 쓰지 않았다. 그런데, 하연이와 와이프는 맛있는 거 먹는 것, 근사한 곳에서 멋진 식사 하는 것들이 써 있다. 와이프와 나의 위시리스트에 몇 개나 겹치나 보는 것도 재미이다. 가장 크게 겹치는 것이 역시나 호주다. 처음 만났던 곳이니.. 여행도 많이 겹치고...

다 쓰고 하연이의 제안으로 각자 쓴 것을 앞에 서서 읽기로 했다. 기특한 녀석! 난 생각 못했던 방식인데, 이것 또한 좋았다. 자신이 쓴 것을 서로 돌아보면서 읽는 것도 좋지만, 앞에 서서 소리내 발표하고 다른 사람이 듣는 방식. 엄마 아빠가 하고 싶은 것을 말하니까 아이들은 뭐가 좋은지 낄낄 거린다. 귀여운 녀석들..

몇 개 재밌는 것을 옮겨보면,

큰 아이 하연이의 위시리스트.

 - 온 세계 가기
 - 컴퓨터 1주일간 잠과 먹는 거 빼고 매일 하기
 - 학교 안 가기
 - 진수연이랑 친하게 지내기
 - 구름 만지기
 - 학원 안 가고 매일 놀기
 - 산 안가고 싶은 귀찮니즘 없애기
 - 얼른얼른 자기
 - 내 얘기 끊지 않고 계속 듣게 하기
 - 차타고 잘 땐 큰 차 사서 진수연 뒤에 앉고 나혼자 다리까지 쭉 뻗고 자기
 - 내 꿈을 실현시키기
 - 아빠가 나 업어주기
 - 머리 길게 하기
 - 짜증나는 남자애들은 내가 다 패기
 - 내 마음 넓히기
 - 학교 안 가기
 - 시골에서 살기(공기가 좋은 곳)
 - 수학, 과학, 체육, 국어(읽기, 쓰기 ) 등 과목을 없애고 1교시 하기
 - 노는 과목 만들어 1교시 동안 그거 하나 하기
 - LG사이언스 가기
 - 내가 집 살 때 큰 걸로 사기
 - 디즈니랜드 가기(홍콩, 미국, 일본 도쿄에 있는데 다 가기)
 - 숙제 나오지 않게 하기
 - 매일 자기
 - 내가 사고 싶은 것 다 사기
 - 비행기 타기
 ....

아이같이 학교 안 가기, 공부 안 하기, 놀기 같은 것들이 많이 있지만, 엄마 아빠가 놀라게 의젓한 것들도 많이 써 있다. 내 마음 넓히기, 내 꿈을 실현시키기 같은 것들. 산 안가고 싶은 귀찮니즘 없애기는 내가 요즘 하연이에게 같이 산에 가자고 하는데, 귀찮다고 안 간다고 하더니 쓴 것이다. 스스로 좀 찔렸나 보다..ㅋㅋ

이번에는 둘째 수연이의 위시리스트.

 - 냠냠냠
 - 어푸어푸
 - 비행기
 - 하하
 - 동물원
 - 도라에몽
 ....

6살 수연이는 아직 글쓰기가 빠르지 않아 언니의 조언대로 모든 항목 옆에 그림을 그렸다. 첫번째 '냠냠냠' 옆에는 번(빵) 그림이 있고 '어푸어푸' 옆에는 수영장 그림이 있다. '하하' 옆에도 뭔가 그림이 있는데, 이건 뭔지 모르겠다.^^  도라에몽 옆에는 도라에몽 스티커가 하나 떡하니 붙어 있다.

아래는 와이프의 위시리스트

 - 호주 배낭여행을 한다
 - 세계 여러나라를 1년동안 천천히 다닌다
 - 진짜진짜 맛있는 팥빙수 먹기
 - 피아노 개인콘서트 하기
 - 타즈메니아로 신혼여행 다시 가기
 - 자동으로 청소, 저녁식사 준비하는 로봇사기
 - 하연이와 둘이서 여행하기
 - 수연이와 둘이서 여행하기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또 보기
 ....

역시 나랑 가장 크게 겹치는 게 호주다. 둘이 처음 만났던 곳. 언젠가는 우리가 처음 만났던 곳으로 가서 둘만의 데이트를 하고 싶은 곳. 호주 타즈메니아에는 나도 갔었고, 와이프도 갔었는데, 역시나 둘이 가지를 못했다. 그래서, 신혼여행을 타즈메니아로 다시 가고 싶다는 것이다. 꼭 가야지! 와이프는 아이들이랑 같이 재미있게 써서인지 '자동으로 청소, 저녁식사 준비하는 로봇 사기'가 있다. 내가 좀 도와줘야겠다..ㅎㅎ

마지막 나의 위시리스트

 - 제주도 올레길 걷기
 - 혜정이와 호주 라트로브 대학 잔디구장에 가서 산책하기
 - 지리산 종주하기
 - 1년간 가족이 세계 일주하기
 - 동남아 휴양지에서 고무보트에 누워 햇살느끼기
 - 전국 도보여행하기
 - 나만의 책 내기
 - 강화도에서 동해안까지 뛰는 마라톤 참가하기
 - 젊은애들과 농구해서 이기기
 - 내 블로그 난리나기(방문객 많아서)
 - 몽고에 망원경 가져가서 별보기
 ....

요즘 나의 제일 큰 관심사는 제주 올레길이다. 어제도 올레길 동영상을 다운받아서 와이프랑 같이 봤다. 처음에는 걷는거 힘들다고 시큰둥하던 와이프도 동영상을 보더니 한번 가보고 싶다는 마음을 비쳤다. 조만간 계획을 짜야지..
 
각자가 쓴 것을 다 읽자 하연이가 또 기특한 제안을 했다. 하나하나 이룰 때마다 아빠가 옆에 체크해 달라는 것이다. 이런 거에 싹이 좀 보이는 것 같다, 우리 큰 딸...^^ 그렇잖아도 한번의 이벤트가 아니라 냉장고에 붙여놓고 하나하나 같이 하거나 도와줄 수 있는 것을 해 나갈 생각이었는데, 그렇게 해야겠다.


가족과 함께 위시리스트를 쓸 분들께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

- 준비물 : 빈 종이, 연필, 먹으면서 할 수 있는 맛있는 것, 재미있어할 마음(^^)

- 방법
   . 가족이 탁자 또는 식탁에 빙 둘러앉는다.
   . 각자 빈 종이와 연필을 가지고 이름을 큼지막하게 쓴다. 아이들에게 예쁘게 써달라고 하면 더 좋아한다.
   . 준비한 먹거리를 먹으면서 각자 100가지를 쓴다.
   . 가끔 생각이 안 날 때는 컨닝도 좋다. ㅋ
   . 글을 못 쓰는 아이들은 그림으로 표현한다.
   . 다 쓰면 각자 쓴 것을 발표한다. 
   . 한 사람이 다 발표하면 '질문있습니까?'라고 묻고 다른 사람들이 질문한다. (이것도 하연이의 아이디어였음)
   . 궁금한 것을 묻는다.(하연이가 '시간을 되돌리기'를 썼다.그래서, 언제로 되돌아갔으면 좋겠어?'라는 질문을 했다)

 - 지속적인 효과를 위해서는
   . 서로 같은 것이 몇 가지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서로의 공통점, 차이를 알 수 있는 기회이다. 비교해 보라
   . 단기간에 할 수 있는 것과 시간이 필요한 것을 구분해서 단기간에 할 수 있는 것을 먼저 한다.
   . 언제 할 지 시간도 정하면 실행이 작동한다.
   . 가족이 똑같이 쓴 것은 날짜를 정해서 같이 하거나 계획한다. 
   . 냉장고나 책상 앞에 붙여놓고 하나하나 실현될 때마다 지워나가면 내 꿈이 실현되고 있구나 하는 믿음이 깊어진다.



가족과 함께 쓰는 위시리스트.
아이들이, 와이프가 어떤 꿈이 있는지, 뭘 하고 싶은지, 어떤 생각인지 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주는 도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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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일상과꿈